지난 13일 오후 1시반쯤 찾아간 서강대학교 엠마오관 학생식당. 식당 안은 점심시간을 맞은 100여명의 학생들로 붐볐다. 창가를 따라 길게 놓인 1인석에는 빈자리가 없었다.

자리에 앉은 학생들은 말없이 창밖을 응시하며 혼자서 밥만 먹는다. 서로를 모르는 눈치다. 이른바 '아싸'다. '아싸'는 대학 내 활동에 소극적인 '아웃사이더'를 줄여서 일컫는 신조어다.

최근 '아싸'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대학 내 교우관계를 희생해 학업 성취와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에 집중한다. 점차 경쟁이 치열해지는 대학생활로 인간관계가 극단적으로 파편화돼 가며 나타난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1년간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홍익대 강모씨(24)도 '아싸'대열에 합류했다. 강씨는 "아예 점심시간이 없게 시간표를 짰다"며 "취업부담 때문에 점심을 혼자 간단하게 해결하고 남는 시간에 공부를 해야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함께 모여서 공부하는 스터디의 풍경도 바뀌었다. 각 대학 게시판에는 간단히 밥만 같이 먹고 곧바로 다시 스터디를 하는 것을 의미하는 '밥터디'(밥+스터디)를 모집한다는 글도 쉽게 눈에 띈다.

최근 건국대학교 학생커뮤니티 '쿵'에서 진행 중인 "새학기 가장 하고 싶은건 무엇인가요?"라는 주제에 14일 현재 전체 2336명 중 33.1%에 달하는 773명이 '아웃사이더'로 대답했다. 이는 전체 설문 중 가장 많은 득표로 동아리 활동과 CC(캠퍼스 커플)도 제친 수치다.

전문가들은 최근 최악의 취업난이 계속되며 '아싸'가 급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 고용률은 지난해 40%로 10년 전 45%보다 5%p 하락했다. '아싸'가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전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대학에는 학업이나 스펙 쌓기 외에도 사람들과 어울리며 얻을 수 있는 가치가 있다"며 "중·장년기 인생을 살아가는 토양을 대학에서의 인간관계에서 형성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우기자 can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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